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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먹고 체한 날 vs 떡 먹고 체한 날... "소화제 선택 달라야 한다"


소화불량으로 약국을 찾아와 '제일 센 소화제'를 요구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김준형 약사(순천가든약국)는 "소화제는 '센 것'이 아니라 '맞는 것'을 골라야 한다"고 말한다. 소화불량을 일으킨 음식이 무엇이었는지에 따라 적절한 소화제가 다르기 때문이다. 약국에서 찾을 수 있는 소화제들의 주성분들은 저마다 분해하는 영양소가 다르고, 증상에 맞지 않는 약을 습관적으로 복용하면 오히려 위장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음식별 소화제 선택법부터 병원에 가야 할 위험 신호, 소화불량 완화를 위한 평소 생활습관까지 김 약사에게 자세히 물었다.

소화불량, 약 안 먹고 그냥 참아도 되나요?
약국에 오시는 분들 중에는 며칠을 끙끙 앓다가 도저히 안 돼서 오시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물론 일시적인 과식으로 인한 가벼운 체기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호전되기도 합니다. 우리 몸의 소화기관에는 스스로 회복하려는 항상성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단순한 더부룩함이 3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기능성 소화불량을 의심해 봐야 합니다. 내시경 검사에서는 깨끗하다고 하는데 식후 포만감이나 명치 통증이 계속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소화 기능이 떨어진 상태가 지속되면 영양 흡수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집니다. 증상이 반복된다면 참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조금만 먹어도 체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유가 뭔가요?
소화는 입에서 씹는 것부터 시작해서 위, 십이지장, 소장을 거치며 단계별로 일어납니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식사, 그리고 빨리 먹는 습관 때문에 이 리듬이 깨진 경우가 태반입니다. 특히 추운 날씨에는 우리 몸이 체온 유지를 위해 근육을 수축시키는데, 이때 위장 근육도 함께 긴장해서 운동성이 떨어집니다. 식사하실 때 20번 이상 꼭꼭 씹어 드시라고 항상 말씀드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입에서 1차 분해가 잘 안되면 위장이 그만큼 고생하게 됩니다.

단순 소화불량, 약 없이 버텨도 될까요?
위 속에 음식물이 오래 머물면 부패하면서 가스가 차고, 위산이 과다 분비돼 위 점막을 자극합니다. 이것이 반복되면 만성 위염이 되고, 위 내부 압력이 높아져 위산이 식도로 넘어오면 역류성 식도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약국에서 보면 제산제를 자주 복용하시는 환자가 있습니다. 그런 분들을 상담해 보면 역류성 식도염 등 진행된 질환이 있는 경우가 적지 않아 전문의 진단을 권하게 됩니다. 또 당뇨가 있으신 분들은 위 배출 기능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며, 이상 증상이 느껴지면 반드시 의사와 상담하시길 권합니다.

어떤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에 가야 하나요?
약국에서 약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가 있고, 반드시 의사를 만나야 하는 단계가 있습니다. 제가 항상 강조하는 위험 신호가 있는데요. 다이어트도 안 하는데 체중이 갑자기 빠질 때, 자꾸 토하거나 변이 까맣게 나올 때, 음식을 삼키기가 힘들 때, 40세가 넘어서 난생처음 소화불량을 겪을 때입니다. 이런 증상은 위암이나 궤양 등 중대한 질환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절대 소화제로 버티지 마시고 바로 병원에 가셔야 합니다.

소화제 종류가 정말 많은데, 성분이 다 다른 건가요?
네, 다 똑같아 보여도 주성분이 조금씩 다릅니다. 리파아제는 지방을 분해하는 효소로 삼겹살이나 치킨, 피자처럼 기름진 음식을 드셨을 때 도움이 됩니다. 프로테아제는 단백질 분해를 담당해서 고기, 두부, 계란 같은 단백질 음식에 효과적이고요. 디아스타제는 탄수화물을 분해하니까 밥, 빵, 떡, 면 등을 많이 드셨을 때 좋습니다. 셀룰라제는 나물이나 샐러드, 김치 같은 섬유소가 많은 음식의 소화를 돕고, 시메티콘은 소화효소는 아니지만 배가 빵빵하고 가스가 찰 때 가스를 빼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성분별로 역할이 다르니, 어떤 음식을 드시고 체했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먹은 음식에 따라 소화제를 골라야 하나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도 무엇을 드시고 체했는지를 꼭 여쭤봅니다. 예를 들어 회식 때 삼겹살에 소주 드시고 오신 분께는 리파아제 함량이 높고 UDCA 성분이 든 약을 드립니다. 떡이나 빵을 급하게 먹고 체했다면 디아스타제 계열이 잘 듣고, 배가 풍선처럼 빵빵하고 가스만 찬다면 시메티콘 고함량 약을 추천합니다. 또 요즘 나오는 다층정 소화제는 위에서 한 번, 장에서 한 번 따로 녹아서 단계별로 소화를 도와주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속이 답답할 때 권해 드리고 있습니다.

약 말고 평소에 소화불량을 예방하는 습관이 있다면요?
약보다 중요한 게 생활습관이죠. 제가 환자분들께 복약지도를 하면서 꼭 전하는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식후 2시간은 무조건 상체를 세우고 계셔야 하고, 침 속에 소화효소가 가장 많으니 20번 이상 천천히 씹어 드셔야 합니다. 또 배가 차가우면 위장이 굳기 때문에 핫팩이나 온찜질로 배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도 효과가 좋습니다. 식후에는 격한 운동 말고 20분 정도 가볍게 산책하시고, 자기 전 야식은 위장에게 야근을 시키는 것과 같으니 최대한 줄이시길 권합니다.

마지막으로 소화제 복용 시 약사로서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요?
소화제가 비교적 안전한 약이긴 하지만 약은 약입니다. 장기간 습관적으로 복용하는 것은 권하지 않으며, 2주 이상 증상이 지속될 경우에는 의사와 상담하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임산부나 수유부, 신장이 안 좋으신 분들은 성분에 따라 주의가 필요하니 꼭 약사에게 먼저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소화제는 내 몸이 힘들 때 잠시 빌려 쓰는 지팡이 같은 것입니다. 지팡이에만 의지하지 말고 내 위장을 튼튼하게 만드는 식습관 개선이 우선이라는 점, 꼭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본 내용은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제작되었으며, 구체적인 증상에 대해서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십시오.